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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강렬한 감마선 폭발

편집부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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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2008년 3월 19일 우연히 밤하늘을 바라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평생 한 번 뿐일지 모르는 색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다. 무려 74억 년을 여행해 마침내 지구에 도달한 빛을 맨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74억 년 전이면 태양계가 존재하기도 전이다.


빛공해가 없는 외진 곳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라도 맨눈에 보이는 별은 3000개 정도다. 단 하나를 빼고는 모두 우리 은하계의 별들이며, 대부분 1500광년 안에 있다. 단 하나의 예외는 사실 별이 아니고 우리 은하계와 가까이 위치한 안드로메다 은하로 지구에서 2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따라서 74억 광년 떨어진 천체의 빛을 우리가 맨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이 빛이 어마어마하게 밝았음을 의미한다. 당시 이 빛은 불과 40초 동안 희미하게 빛나다가 사라졌다.




▲ 감마선 폭발의 구상도

 

●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감마선 폭발


사실 이 빛의 실체는 감마선이 폭발(gamma-ray burst, 줄여서 GRB)하면서 발생하는 후광이다. 감마선 폭발이란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초대형 폭발현상으로 수 초에서 수분 동안 지속된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태양이 평생 내놓는 에너지보다 크다. 태양보다 100배 이상 무거운 별이 자체 중력을 못 이겨 블랙홀로 붕괴할 때나 서로 쌍을 이룬 중성자별이 합쳐지면서 블랙홀이 될 때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 현상을 감마선 폭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폭발하는 순간 나오는 빛의 대부분이 매우 짧은 파장인 감마선 영역(일부는 짧은 파장 X선)이기 때문이다. 감마선이 나온 뒤에는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같이 파장이 긴 빛이 뒤따르는데 이를 후광(afterglow)이라고 부른다. 후광은 감마선 폭발 직후 나타나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쳐 지속되는데,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분출물이 주변의 성간물질과 부딪쳤을 때 나온다.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건 후광 가운데 가시광선 영역이다.


1960년대 처음 관측된 감마선 폭발 현상은 19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연구됐으며, 2004년 11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감마선 관측 위성인 스위프트(Swift)를 쏘아 올렸다. 예상 수명 5년을 훌쩍 넘어 지금까지도 작동하는 스위프트는 매주 두 개꼴로 감마선 폭발을 발견하며 이 분야에 대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축적시켰다. 스위프트와 연계해 지상의 망원경(자외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영역 관측)은 감마선 폭발의 후광을 관측했다.

 


● 130억 년 전 감마선 폭발 기록


감마선 폭발은 밝기 뿐 아니라 시간의 기록도 갖고 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137억 살로 추정되는데, 즉 빅뱅 이후 137억 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측하는 빛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얼마나 됐고 어떤 천체에서 나왔을까? 2009년 4월 23일 역시 스위프트가 관측한 감마선 폭발(GRB 090423)은 무려 약 130억 년 전 일어난 사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빅뱅 발생 후 6억 3000만 년이 지난 시점이다. 얼마 후 허블우주망원경은 이 보다 1억년 앞선 131억 광년 전 은하(UDFy-38135539로 명명)의 빛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에도 감마선 폭발과 은하에서 각각 나이가 좀 더 많은 천체가 관측됐으나 아직은 확증이 안 된 상태다.


GRB 090423의 폭발이 일어났던 빅뱅 이후 6억 3000만 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주의 크기는 오늘날의 9분의 1에 불과했고 은하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는 “감마선 폭발은 초기우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언젠가는 빅뱅 후 3억 년 쯤 뒤에 일어난 감마선 폭발을 관측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팀은 GRB 071025라는 또 다른 감마선 폭발의 후광을 조사를 통해 초기 우주에 있었던 우주먼지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GRB 071025 폭발 역시 지구에서 120억 광년 떨어진 상당히 오래된 사건이다. 임 교수는 “후광의 스펙트럼이 매끄럽지 않고 붉은색을 많이 띠고 있는데, 그것은 감마선 폭발 주변에 먼지가 많이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빛이 먼지에 흡수돼 약해진 패턴을 분석한 결과 먼지의 기원은 초신성 폭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것은 태양보다 큰 별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이 초기 우주에서 이미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감마선 폭발은 우주 초기부터 전 영역에 걸쳐 관측되고 있는데, 특히 80억 년 전 부근이 가장 많다. 우주의 진화에서 별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던 시기(50억 살 전후)에 감마선 폭발도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이다.

 



▲ 120억 년 전 일어난 감마선 폭발 GRB 071025의 후광을 레몬산 망원경으로 찍은 영상. 왼쪽의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보이지 않지만(1) 오른쪽 근적외선에서는 희미하게 보인다.(2) 서울대 임명신 교수팀은 이 관측자료를
분석해 GRB 071025의 빛이 초신성에서 비롯한 우주먼지에 가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에서 언급한 감마선 폭발은 GRB 080319B로 불린다. 이름에서 숫자는 관측된 날짜(2008년 3월 19일)이고 B는 이날 관측된 두 번째 감마선 폭발이라는 뜻이다. GRB 080319B는 후광 스펙트럼의 적색편이를 분석한 결과 무려 74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관측데이터를 토대로 밝기를 계산한 결과 GRB 080319B는 지금까지 관측된 모든 천체 가운데 가장 밝은 천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 감마선, 방출하는 시간에 따라 두 종류로 분류


지금까지 관측된 감마선 폭발 수백 건의 감마선 지속시간을 보면 짧게는 0.01초에서 길게는 수분에 이르기도 하는데, 지속시간 분포를 그래프로 작성해보면 0.3초 부근과 30초 부근이 가장 피크를 이뤄 감마선 폭발이 단일한 현상이 아님을 강하게 시사한다.


천체물리학자들은 감마선 폭발의 두 가지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첫 번째가 감마선 지속 시간이 2초 미만인 ‘짧은 감마선 폭발(short GRB)’로 관측된 감마선 폭발의 30%를 차지한다. 짧은 감마선 폭발은 쌍을 이루는 중성자별이 서로 가까워져 합쳐지거나 중성자별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때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되면서 감마선을 내뿜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는 ‘긴 감마선 폭발(long GRB)’로 감마선 지속 시간이 2초가 넘는 경우다. 전체 감마선 폭발의 70%가 해당된다. 긴 감마선 폭발은 질량이 태양의 100배정도인 큰 별이 중력을 견디지 못해 블랙홀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초신성폭발을 하며(이를 극초신성(hypernova)이라고 부른다) 동시에 천체 회전축의 방향으로 감마선을 포함한 제트를 분출한다. 후광 데이터는 대부분 긴 감마선 폭발에서 얻어진다.


그러나 이 가설이 확증된 건 아니다. 특히 짧은 감마선 폭발은 후광 데이터가 별로 없어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 계속 발견되는 새로운 현상들

 



▲ 2011년 3월 28일 관측한 감마선 폭발의 시간 별 X선 밝기 변화. 감마선 지속 시간이 길 뿐 아니라 수일에 걸쳐 강력한 X선을 내뿜었다. 이 관측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거대질량 블랙홀 주변을 별이 지나가다 빨려
들어갈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최근 새로운 감마선 분출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예를 들면 스위프트 위성의 감마선 망원경이 2011년 3월 28일 관측한 감마선은 수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강력한 X선이 수일간 관측됐는데, 이에 대한 조사 결과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질량 블랙홀 주변을 별이 지나가다 빨려 들어가며 감마선을 분출한 것임이 밝혀졌다.


2011년 12월 1일자 ‘네이처’에 실린 감마선 분출 현상도 특이하다. 첫 번째 GRB라는 뜻으로 명명된 GRB 101225A는 2010년 12월 25일 스위프트 위성에 의해 관측됐으며, ‘크리스마스 감마선 폭발’로도 불린다.


당시 이 감마선 분출은 무려 30분이나 지속된 반면 이어지는 X선 후광은 빨리 사라졌다. 기존의 긴 감마선 폭발 메커니즘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당시 현상은 아쉽게도 후광 데이터가 불충분해 이 폭발 시기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 각종 천문학적 난제를 푸는데 활용


스위프트 위성과 지상의 여러 망원경을 통해 지난 수년간 진행된 활발한 ‘감마선 폭발 연구’로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와 가장 먼 천체를 발견했고, 초기 우주의 먼지에 대한 정보도 알려졌다. 또 관측된 감마선의 거리 분포는 우주의 진화 이론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새로 알게 된 사실보다 규명해야 하는 현상들이 더 많아졌고, 감마선 폭발이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 교수는 “감마선 폭발 현상은 우주의 별 탄생 역사나, 초기우주의 물질 상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방법으로 죽는 별들의 모습, 우주 최초의 별들의 성질 등 여러 가지 천문학 난제를 풀기 위한 도구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새로 알게 된 사실보다 규명해야 하는 현상이 더 많아졌고 감마선 폭발이 생각보다 복잡할 현상일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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