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유럽의 주요 씽크탱크로 베를린에 본부를 둔 <메르카토 중국문제연구소(MERICS,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와 <글로벌 공공정책 연구소(GPPI)>가 5일 공동 발표한 조사보고에서, 최근 수년간 중국 공산당이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독일 슈피겔(Der Spiegel) 등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가짜뉴스를 통한 여론 조작을 노린 러시아와 달리, 조용하면서도 교묘하고 신속하게 유럽연합(EU)에 침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 원조를 받은 일부 EU 회원국 등도 중국이 유럽의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 시장개방을 일방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자국에서는 외국의 사상이나 자본 등의 유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 중 1명인 크리스틴 쉬쿠퍼(Kristin Shi-Kupfer)는 러시아보다 중국의 침투 방식이 한층 더 ‘교묘’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이 유럽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미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정치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이나 머니’로 정치적 분단에 개입
그에 따르면, 중국은 그리스와 헝가리 등 중국의 투자와 원조를 받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을 이용해 EU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EU는 이제까지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일치된 입장을 나타냈지만, 차츰 이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헝가리는 작년 3월, 인권 변호사를 구속 및 학대하는 중국에 항의하는 EU 서한에 서명을 거부했다.
6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는 EU 성명이 그리스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그리스는 또한 헝가리, 크로아티아와 함께 남중국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주장하는 중국을 비난하는 EU의 성명 발표를 반복해서 저지해왔다. 중국은 그리스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EU 주변국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제공했다.
■ ‘차이나 머니’로 공산당 사상을 유럽에 침투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유럽에 대한 침투 공작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최근 유럽의 언론과 여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국영 영자신문인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 산하의 <차이나 워치(China Watch)>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차이나 워치>는 전 세계 주요 언론의 보도를 빌어 공산당 사상을 확산한다는 목적으로 1992년에 창간되어 다국어로 발간되는 월간지이다. 광고비를 지불하는 형태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프랑스의 <피가로> 등 각국의 유력지에 끼워 넣어 출판되고 있다.
보고서는 8면으로 구성된 <차이나 워치>가 ‘광고’라고 표시되어 있음에도 지면 구성은 신문과 아무런 차이도 없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수법으로 유럽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각 신문사가 이러한 방식으로 고액의 광고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에 차이나 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중국은 매체 인수 등의 전략을 제시했지만, 현재까지는 아직 눈에 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 출판사 포브스 미디어를 인수하려 했지만 결국 중단됐다. 그러나 중국 에너지 복합기업인 중국화신능원(中國華信能源, CEFC)은 미국 타임워너 산하의 중유럽 미디어 기업(CME)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협의에 들어갔다고 지난해 11월, 로이터 통신이 전한 바 있다.
■ 직접투자... 중국 자본의 대량 유입
중국에서 EU에 대한 직접투자(FDI)는 2016년, 이전해와 대비해 77% 증가한 350억 유로가 되었고, 그 중 독일 투자액은 110억 유로로 31%를 차지했다. 중국은 최근 유럽 기업의 뛰어난 기술력을 노리며 대유럽 직접 투자액을 늘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거액의 투자를 둘러싼 우려도 EU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을 포함한 외국 자본의 투자 활동 규제에 관한 EU 결의가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체코의 반대로 효력이 사라졌다. 일부 EU 회원국을 이용해 유럽에 패권을 넓히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EU 각국의 위기감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독일신문 ‘벨트 암 손탁(Welt am Sonntag)’에 따르면, EU 내에서 독일 정부의 주도하에 기술과 노하우의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기업에 의한 유럽 기업의 인수와 투자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입법 초안을 마련해 유럽의회에 제출했다.
■ 중국 공산당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 공산당이 유럽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 하는 데에는 2개의 음모가 있다. 하나는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징이 자신의 정치사상과 경제 행위를 경쟁력 있는 국가 모델로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음모를 실현시키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다음의 3개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 공산당은 정계와 재계, 언론, 씽크탱크, 대학 등 유럽 사회의 엘리트층으로 연결되는 탄탄한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국 공산당의 이익에 관련된 구체적 의제와 정책 논의에서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를 모으는 것이다.
△ 중국 공산당은 EU 내와 서구를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신뢰와 단결력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 베이징은 공산당 정권의 정치체제와 경제제도를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국제사회가 파악하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유럽은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유럽은 중국 공산당의 유일한 목표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목표도 아니다. 공산당 정권은 글로벌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6년에 걸쳐 호주의 정치인들에 대한 해외 정치헌금의 80%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과 개인에 의한 것이었다. 일부 정치인들은 퇴임 후 중국 기업에 고용되었다고 한다.
카메론 전 영국 총리는 최근 중국 주도의 거대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를 지원하는 1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요직에 취임했다고 지난해 12월 영국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중국에 농락당하는 유럽의 정치인들은 향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유럽이 공산당 정권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내맡기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를 막으려면 신속한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사진: AP/NEWSIS)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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