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바티칸이 교황의 고유 권한인 주교 임명권을 중국에 양보한 데 대해, “교황청이 중국 지하교회를 당국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로마 교황청은 ‘주교(bishop) 임명권’을 중국 정부에 사실상 넘겨주는 임명 방식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합의서 공식 서명은 오는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 중국 외교부의 차관급 인사가 바티칸을 방문해 진행할 예정이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오직 교황만이 전 세계 주교를 임명할 수 있으며, 교황 자신도 '로마 교구'의 주교다. 교황의 주교 임명권은 카톨릭 역사상 줄곧 유지돼왔다.
바티칸과 중국은 지난 1951년 ‘주교 임명권’에 대한 갈등으로 외교를 단절했다. 갈등의 원인은 중국공산당이 교황의 고유 권한인 ‘주교 임명권’을 간섭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 하의 가톨릭은 교황이 임명한 40명의 주교가 관장하는 ‘지하 교회’와 정부가 임명한 7명의 주교가 이끄는 ‘공식 교회’로 분리돼 있다. 공산당이 인정한 공식 교회는 ‘중국천주애국회’에 소속되어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의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지하 교회 교인들과 교황이 임명한 주교들은 당국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았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감시와 투옥 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는 약 1000만~1200만 명에 이르는 가톨릭 신자가 있으며, 이중 절반은 지하교회 신자다. 당국은 이들의 미사 등 종교행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수시로 단속을 펴서 교황청과 갈등을 빚어왔다.
바티칸은 이번 ‘주교 임명권’ 합의로 1951년 이래 60여년간 단절됐던 중국과의 외교 관계 재개를 전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교회를 매도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홍콩의 조셉 젠(陳日軍) 추기경(86)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월 지하 교회 주교 2명에게 교구를 애국회 주교들에게 양보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이는 예수를 배신하는 것이고 교회를 팔아 넘기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 애국회 주교들은 2011년 교황에 의해 파문당한 바 있다.
또 이달 중순에는 홍콩의 인권·학계·가톨릭 인사 15명도 ‘주교 임명권’ 논란에 대해 “공산당이 임명한 7명의 주교를 인정할 경우 '제한적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고 교회의 도덕적 권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전 세계 주교들에게 보냈다.
미국 정부도 (중국에 대한) 교황청의 ‘주교 임명권’ 양보가 중국의 인권과 종교자유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 NEWSIS)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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