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MSD)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10대를 중심으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총기협회(NRA)와 제휴를 끊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22일, 대형 민영은행인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프 오마하'가 NRA 제휴 신용카드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이어, 다음날 중고차 거래업체인 ‘트루카’가 오는 28일부터 NRA 제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엔터프라이즈, 알라모 등을 자회사로 둔 미국 내 최대 렌터카 업체인 ‘엔터프라이즈 홀딩스’도 다음달 26일부터 NRA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한다고 발표했고, 다른 렌터카 회사인 '허츠'와 '에이비스', '버짓'도 가세해 NRA 회원에 대한 할인혜택 종료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 항공업계 1위와 3위인 델타와 유나이티드도 총기협회 회원에 대한 할인혜택을 중단할 예정이다.
미국 델타 항공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을 통해 NRA 회원에게 주던 할인혜택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유나이티드 항공도 성명을 통해 NRA 연차총회 참석자에 대한 항공권 할인혜택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은 MSD 고교 총기 나사 사건으로 생존 학생들과 유족들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시작됐다. 현재까지 15개 이상의 기업이 NRA과의 제휴를 중단한 상태다.
현재 미국 전역의 10대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음은 나?(미넥스트, Me Next?)’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총기 규제 촉구에 나섰고 오는 오는 3월 24일 워싱턴DC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학생들이 항의 단체를 만들며 총기 규제에 대해 촉구가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범프 스탁(Bump Stock)’을 금지하는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범프 스탁은 반자동 소총을 분당 수백 발을 발사할 수 있는 자동 소총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1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추가적인 총기 규제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몰수와 신규 구매를 금지하는 이른바 ‘적기법’을 적용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은 총기협회의 반발을 고려해 연방법이 아닌 주법에 적용할 것으로 보이며, 채택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총기협회는 “총기 사건은 정부의 무능 탓이지 협회와는 무관하다”며, “기업들의 제휴 중단도 바르지 못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협회는 또 회원들에게 총기 규제 저지 운동에 맞서기 위한 중간선거 투표참여를 독려해 정치보복을 하겠다고 밝혔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총기 규제에 대한 촉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지만 정치권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앞서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이로 인한 사망자 수만 31만명에 달하면서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정치권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가장 주요 원인은 전미총기협회(NRA)가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입법 로비 능력을 지닌 이익단체이기 때문이다.
NRA는 1871년 창설된 이래 개인 총기 소유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500만명의 회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단체는 막대한 후원금으로 사실상 의회를 주무르며 총기규제를 차단해 왔고, 지난 대선에선 '아웃사이더' 후보로 외면 받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시종일관 지원하면서 파워가 더욱 막강해졌다. 다시 말해 NRA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기 때문에 강력한 총기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서는 미 전역에서 이번 플로리다주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분노가 워낙 거세 새로운 총기 규제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으로서는 총기 소유자들의 분노를 사지 않고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적기법’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공화당의 핵심 지지 세력인 NRA가 정치적 보복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번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AP/NEWSIS)
곽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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