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세르비아 상황을 우려하는 유럽의회 초당파 의원 26명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유럽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중국 투자의 영향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세르비아는 최근 중국 제약사 시노백바이오텍(科興控股生物技術)의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중공은 마스크와 백신 등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의료 자원을 외교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번 서한을 유럽위원회의 올리버 바르헬리(Oliver Varhelyi) 확대 및 이웃 정책 담당자에게 보냈다. 슬로바키아의 미리엄 렉스만(Miriam Lexmann) 의원과 독일의 라인하르트 부티코퍼(Reinhard Butikofer) 의원이 서한 작성의 발기인이 되었다. 이들은 '대(對)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광산과 제철소 등 인프라와 자원을 포함한 중국의 대형 투자와 인수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인 허베이 강철 집단이 2016년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구입한 지엘레자라 제철소에서는 지난해 8월 주민 수백 명이 공장 가동으로 대기가 악화된 데 대해 대책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대중 관계를 담당하는 유럽의회 대표단 의장이기도 한 부티코퍼 의원에 따르면 세르비아에 대한 중국의 중공업 투자는 대기오염을 극적인 수준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그는 대기뿐만 아니라 공장 근처에 있는 음수용 수질도 영향을 받아 “주민들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보르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 및 자금업 집단이 2018년 인수한 구리광산으로 대기오염이 심화돼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9월 세르비아 공기 중의 이산화황(SO2)은 당국 기준 125mg의 10배 이상인 1,645mg을 기록했다. 현지 법원은 자금업 집단에 3차례 벌금을 부과했지만, 세르비아 관련 법률에서 벌금은 2만6000유로(약 3,514만원)를 넘지 않는다.
부티코퍼 의원은 “오염과 환경 파괴는 주변국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유럽의 기준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한 작성에 참여한 의원들은 세르비아 정부가 EU 규칙과 국내법에 대한 준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중공 투자 프로젝트가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이 결여돼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정치부패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서한에 대해 유럽연합은 “세르비아 정부에게 중공 투자의 영향에 대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다르 부취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중국을 ‘유일한 동맹국’으로 삼는 등 지원과 협력 협정 수용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매체 ‘발칸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여론의 통제와 세계적 명성에 민감한 세르비아와 중공 양국 지도부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부취치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세르비아는 세계 수준의 강국(중국)을 친구로 갖고 있다며 국제적 외교 입지를 구축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중공의 ‘일대일로’가 시작되기 전부터 중공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중공은 주로 국영기업을 통해 세르비아에 총 40억 유로(약 5.4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또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정비를 위한 50억 유로(약 6.7조원)의 대출도 약속했다.
세르비아는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에 대해서도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중공에 원조와 전문 지식을 공급을 요청했다.
지난달 26일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에 따르면, 세르비아에는 이미 100만 명분의 시노벡 불활화 백신이 제공됐다. 이 회사의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저렴하고 보관이나 운송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 백신의 유효율은 75%에서 8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고, 백신 제조회사 측도 다수의 부작용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는 각국에서 안보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화웨이의 감시카메라가 수천 대 설치되어 있다. 경찰 당국은 이 조치가 수도 안전에 도움을 준다며 향후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투자은행의 2018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발칸국가에 대한 중공의 투자는 지속 불가능한 채무와 의존도 증대 등의 큰 함정이 수반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공 기업의 건설 프로젝트 운영은 유럽에서의 노동 관행이나 사회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현지 경제에 기여한 사례가 적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4년 12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개통된, 다뉴브강을 횡단하는 1500m의 미하일 푸핀교 건설공사는 중국 노교공정(CRBC)이 하청했다. 이 공사는 유럽 최초의 대형 인프라 수주로 주목 받았지만 CRBC는 200명의 건설 노동자를 중국에서 동원했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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