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 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450명 이상을 체포했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여 한국인을 포함한 45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이날 오전부터 수백대의 법집행 차량을 동원해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실시했다.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된 인원 중에는 한국에서 출장을 간 직원(협력업체 직원 포함) 30명 이상과 현지에서 채용된 근로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서 출장을 간 직원들은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했거나 회의 참석·계약 등을 위한 상용비자(B1)를 발급받아 현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체류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단속의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조지아주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이 실시돼 수백명의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체포됐다”며 “이민세관단속국(ICE) 22년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단속 중 하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도 “이번 단속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내 제조업 현장에서 있었던 단속 중 최대 규모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이번 단속은 ICE와 HSI를 중심으로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주류 담배 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조지아주 순찰대(GSP) 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미 국토안보부(DHS)가 “불법 고용 관행과 다른 중대한 연방범죄 혐의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의 일환으로 요원들이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체포된 인원 중 상당수는 추가 조사를 위해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시설로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재미 한인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려, 한국인들이 구금된 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다.
HL-GA 측은 당국의 조사를 돕기 위해 공사를 중단한 상태이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0조원을 투자해 건설을 시작했다. 올해 생산을 목표로, 연간 3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배터리셀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준공이 지연됐다.
■ 정치적 시그널?
이번 단속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및 고용에 대한 엄격한 대응 기조의 일환으로, 일부 투자 기업에도 법 집행이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다른 분석도 나온다.
‘트루스데일리’는 “이번 단속은 단순한 ‘불법취업 단속’으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회의나 계약 목적의 B1 비자 또는 ESTA로 입국했으나, 현지에서 ‘업무 수행’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로 분류됐다. 미국 당국은 “체류 목적 위반”을 문제 삼았지만, 한국 사회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민법 집행을 넘어 정치적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 지 10여 일 만에 벌어진 단속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시점도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불법체류자 추방과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법 집행 우선주의’를 내세워 왔지만, 특정 동맹국 기업의 공장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류를 감추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일 “한국에서 지금 혁명과 숙청이 진행되고 있다”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했고, 그의 측근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구속과 같은 인권 유린 문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의 친중 스탠스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정부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한국 국회의장(국가 서열 2위)을 파견했다. 이 행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공산권 지도자만 참석한 반미 블록의 상징적 이벤트였다. 워싱턴의 시각에서는 명백히 ‘잘못된 줄서기’로 읽힌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미국은 동맹 한국에 대한 불만을 ‘법 집행’이라는 방식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