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네팔에서 정부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 조치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과의 충돌로 시위자 19명이 사망하며 시위가 격화하자 네팔 총리가 사퇴했다. 정부는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도 철회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네팔 정부가 '가짜 뉴스와 혐오 표현 등의 유포를 막아야 한다'며 26개 해외 비등록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촉발됐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네팔 통신정보기술부는 이날 각 통신사에 유튜브, 페이스북, 엑스(X·옛 트위터) 등 서방의 주요 SNS를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로 틱톡, 바이버 등 이미 네팔 당국에 등록된 3개 플랫폼은 정상 운영되지만, 나머지는 모두 차단됐다. 네팔은 2023년부터 현지 지사 설립 및 당국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규를 시행해 왔다. 내각은 최근 기업들에 등록 및 담당자 지정 등을 7일 안에 이행하라고 최종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사업과 소통에 큰 역할을 해온 플랫폼이 갑작스레 막히자 현지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네팔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 사용자는 수백만 명에 달하며, 주 사용 목적은 오락, 뉴스, 사업 등이다.
야당 국민독립당의 수마나 슈레스타 의원도 “정부가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무시하고 언론 자유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제 언론인 권익단체 CPJ 역시 “언론 자유에 위험한 선례”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네팔 청년 수천 명은 8일 수도 카트만두의 의회 건물로 집결해 이번 명령 철회 및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카트만두 안팎에 있는 유력 정치인들의 집을 방화하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프리트비 수바 구룽 통신정보부 장관은 이날 밤 긴급 내각 회의를 열고 SNS 금지 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분노는 9일에도 계속됐다. 시위대는 이번 조치는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결정이라며 “당할 만큼 당했다”, “부정부패 척결”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시위는 수도 외 지역에까지 확산됐으며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100여 명 이상이 다치고 최소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들의 격렬한 반발에 놀란 샤르마 올리 총리는 이날 “정치적 해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 위해 오늘부로 총리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네팔은 2023년 틱톡을 차단했다가 규정 준수 약속을 받은 뒤 9개월 만에 해제했고, 지난 7월에는 온라인 사기와 자금 세탁을 이유로 텔레그램을 차단한 바 있다. 현재 네팔은 CPN-UML과 네팔회의당이 참여한 친중 성향의 좌파 연립내각이 집권 중이다.
외신은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계기로 부패한 권위주의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한 시위자는 AFP통신에 “소셜미디어 금지령은 시위를 촉발한 요인이었을 뿐이고 우리는 네팔의 제도화된 부패에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