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귤과 탱자는 모양이 비슷하면서도 그 맛이 다르다. 귤은 달고 새콤하지만 탱자는 시고 씁쓰레하다. 모양도 귤에 비해 작고 볼품이 좀 없다.
본질적으로 선량한 사람도 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지 못한 사람으로 물들게 된다.
이에 비유한 말은 아니지만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오만한 나라의 임금의 콧대를 죽인 반면 자기 나라 위신을 세운 명신(名臣)의 일화가 있다.
제(齊)나라 경공이란 임금 때에 안영이란 어질고 똑똑한 신하가 있었다. 그는 모든 면에 지식이 풍부한데다 언변도 좋고 슬기로와 임기응변에 능했기 때문에 제나라를 대표하여 곧잘 사신의 임무를 띠고 각국으로 다녔다.
한 번은 안영이 초(楚)나라로 사신이 되어 가게 되었다. 초나라에서는 그가 온다는 전갈을 받고 왕을 비롯해 군신들이 모여 그 지혜롭게 언변 좋은 안영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논의했다. 그리하여 초나라 군신들은 한 묘책을 세워놓고 그가 초나라에 당도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영은 초나라 수도인 영도 성문 밖에 막 도착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초나라 측은 성문을 굳게 닫고 성문 옆에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구멍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총명한 안영은 초나라 측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는 성문을 향해 큰 소리로 꾸짖었다. “어서 성문을 열라. 이 구멍은 바로 개구멍이라 초나라 사람들은 이곳으로 통행하겠지만 우리 제나라에서는 개나 이런 구멍으로 드나든다. 어찌 이런 곳으로 사람이 통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호통에 초나라 측은 할 수 없이 성문을 열고 그를 맞이했다.
얼마 후 안영은 궁중에 도착해 초나라 임금과 만나게 되었다. 초나라 왕은 안영의 체구가 몹시 왜소한 것을 보고 비웃는 말투로 “제나라에서는 사람이 그다지도 없어 이토록 변변치 못한 인물을 사신으로 보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안영은 태연한 얼굴로 “우리 제나라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수레가 제대로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입니다. 또 사신을 보내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희 나라에서는 크고 훌륭한 나라로 사신을 보낼 적에는 저와 같이 못생기고 키가 작은 사람을 보내는 것이 관례입니다.”
안영의 말에 왕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안영이 초나라에 머물러 있는 동안 공교롭게도 제나라에서 살다가 초나라로 넘어 온 한 도적이 잡혔다는 보고가 왕에게 들어 갔다.
초왕은 속으로 때마침 안영을 골탕먹일 수 있게 됐다고 속으로 기뻐하며,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들은 도적질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영이 서슴없이 “임금께서는 강남의 귤나무를 강북으로 옮겨다 심으면 귤이 안 되고 탱자가 되는 이치를 모르십니까? 그 까닭은 강남과 강북의 토질과 수질이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나라에는 본시 도적이 없습니다. 아마 초나라 사람들이 도적질을 하는 관계로 이곳으로 온 우리 제나라 사람이 그들에게 물들어서 도적질을 했나 봅니다.”라고 대답했다.
안영에게 모욕을 주려던 초나라 왕은 안영의 도리와 재치가 넘치는 말에 말문이 꽉 막힌 채 도리어 수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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