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한국에서 발생하는 ‘때 이른 고온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한반도 일대와 주변 바다뿐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서울 수은주가 85년 만에 가장 높은 30.2도를 기록했다. 일부 내륙지방에서는 5월 중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사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 ‘한반도 기후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열대기후(Subtropical Climate)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농작물 지도를 바꾸는 온난화
국내 기후변화로 온대 과수인 사과의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반면 보리 재배의 북방한계선은 올라가고 있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의 재배지도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국내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은 2014년 1천345㏊에서 지난해 1천406.5㏊로 증가했다.
채소의 재배 적지 역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현재 기후변화 추세라면 2010년 7천449㏊였던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20년 4천516㏊, 2050년 256㏊로 급감하고 2090년에는 아예 사라질 전망이지만, 열대·아열대성 채소 재배면적은 2014년 60.5㏊에서 2016년 254.5㏊로 2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처럼 아열대성 과일과 채소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가운데 남부지역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하고 있는 벼 2모작도 시도되고 있다.
■ 외래 병충해 급증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2분기에 수입한 농림산물 107만6천 건 중 2천629건에서 379 종류의 병해충이 검출됐다.
농촌진흥청(농진청)에 따르면 외래 병해충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2013년 4천151㏊에서 2014년 9천863㏊, 2015년 1만2천160㏊, 지난해 2만1천953㏊로 급증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가 간 교역 증가와 수입식물의 품목 다양화, 급속한 기후 온난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지만, 이들 병해충은 발생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적절한 방제 약제가 없어 급격히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바다 생태계 급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닷물 수온 상승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 바다의 상승 폭은 매우 크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1.11도 상승해,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 상승 폭(0.43도)의 2.5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으로 명태 등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들이 사라지거나 대폭 감소한 반면, 아열대성 어종은 날로 서식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제주 특산종으로 알려진 자리돔은 독도 부근 해상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먼 남쪽 바다에 서식하는 참다랑어는 현재 제주도 부근 바다에 대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는 맹독을 가진 아열대 생물인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됐고 홍상어, 철갑둥어, 청새치, 보라 문어, 꼬리줄나비고기 등과 같은 아열대성 어종들도 동해안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바닷물 수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화로 2050년까지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약 20% 감소하면서 연간 최대 4조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
■ 생활패턴 변화
기후변화는 또한 의식주와 연결된 각종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때 이른 더위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춘추복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겨울옷도 마찬가지다. 겨울 같지 않은 겨울 때문에 코트, 오리털 점퍼가 안 팔린다는 뉴스가 해마다 나오고 있다.
고온현상이 잦아지면서 수분 공급을 위해 생수를 비롯한 각종 차 음료 소비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가전업계도 높은 습도로 눅눅한 습기를 제거하고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아열대형 아이템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레저나 스포츠 활동이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겨울 추위가 약화하면서 국내 스키장들은 제설비용이 증가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해 시즌을 단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겨울 축제인 눈, 얼음꽃 등 자연을 주제로 하는 축제도 기온 문제로 취소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의 5월 날씨는 초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워지는 등 봄철 고온현상은 국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아열대 기후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 벌레 등 각종 해충이 증가하며, 음식 등도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에 인간이 거주하기에 바람직한 환경이 아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기온이 1도 가까이 올랐고 강우량도 200mm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온도가 영상 10도를 웃도는 달이 8개월로 사실상 아열대성 기후(9개월)에 육박했다.
기상학자들은 한반도의 경우 내륙은 대체로 온대기후에 속하지만, 제주와 경남 통영 등 남쪽 해변 지역 등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었으며, 머지않아 아열대 기후가 중부지방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아열대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종으로 온대지역에서 자생이 가능한 소나무도 점차 사라지고 우리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인 사과나무도 점차 줄어 사과가 ‘금값’으로 치솟을 날이 곧 올 수도 있다.
한 마디로 국내 기후변화는 산업과 경제 및 생활 전반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발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0년 1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저감하고자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아열대화에 직면한 제주도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중심지 스마트 아일랜드 제주'를 주제로 기후적응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며, 광주시는 폭염과 열대야 등으로 해마다 뜨거워지는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해 2020년까지 '광주 온도 1℃ 낮추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4도 올랐고, 한반도는 이보다 2배가량인 1.5도나 상승했다. 국내에서 현재의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70년경 한반도 대부분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다. (사진: 국민일보)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