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부부간에 비밀이라면 무엇인가 꺼림칙한 느낌도 들지만,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서로 비밀을 지켜주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실직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매일 출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우리 부서에 온 새 상사는 상냥한 사람이었어요", "이번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온 여대생은 매우 예쁜 사람이야"라고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여대생 얘기에 아내는 나의 귀를 당기면서 미소지었다, "당신 조심해야 해요."
아침 ‘출근’ 시간이 되면 언제나처럼 아내는 내 셔츠의 옷깃을 매만지며 배웅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3번째 역에서 바로 내린다. 단골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퇴근’시간이 되면 나는 억지로 웃음거리를 만들어 귀가했다.
5일 후 나는 작은 시멘트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내에게는 비밀이었다. 육체 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그 일은 너무 힘들었다. 공장의 작업장 환경은 나쁘고, 먼지를 흡입하기 때문에 목이 아프고. 항상 땀 범벅이 돼 일을 했다.
작업을 마친 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귀가한다.
"다녀왔습니다."
가능한 건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집에 들어가면 언제나처럼 아내가 웃는 얼굴로 맞아 주었다.
식사 시간에 아내는 일에 대해 질문한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나는, "오늘도 멋진 하루였어"라고 말하고, 항상 픽션을 들려줬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 위에 목이버섯을 듬뿍 얹어 주었다.
식사가 끝나자 아내가 "욕실에 들어가죠?" 라고 물었다.
"회사 동료와 함께 사우나에 갔다 왔어."
나의 대답에 아내는 콧노래 섞어 그릇을 씻는다. 나는 내심 "됐다. 오늘도 눈치채지 않았다"고 안심했다. 매일 익숙하지 않은 일에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나는 쓰러질 듯 잠에 빠져들었다.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20일 후 첫 월급날을 맞았다. 적은 급여를 알면, 아내에게 거짓말이 발각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아내는 갑자기 "몇몇 회사에서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데, 당신의 요구에 딱 맞으니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면접을 보면 어때요?"라고 물었다. 나는 내심 기뻐했지만 침착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왜 일을 바꾸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자 아내는 "일단 직장을 바꾸어 기분 전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곳은 월급도 좋은 것 같고..."라고 대답했다.
목이버섯이 타고 있었다. 목이버섯은 폐를 깨끗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먼지투성이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아내는 예전에 함께 드라마를 보려고 매일 비디오를 녹화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난 아내가 처음부터 나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확신했다.
아내는 말없이 나를 걱정하고 비밀을 지켜 주었다. 자존심이 강한 남편이 갑자기 일을 잃고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것을 눈치챈 아내는 그냥 모른 척 했다. 그것은 아내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비밀’이었던 것이다.
나는 베란다에 기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깊은 사랑에 가슴이 벅차오르는가 하면, 갑자기 뜨거워져 눈물이 뺨을 흘러내렸다.
다음 날, 아내의 권유에 따라 회사 면접을 봤다. 다행히 채용 통지가 도착했다. 그날 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나는 문득 생각했다, ‘처음부터 아내는 나의 자작 연출 스토리를 간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나는 지금까지의 거짓말과 거짓행동을 회상했다. 초조한 태도와 표정을 보였을까, 아니면 매일 몹시 지쳐서 돌아왔기 때문에 눈치채게 됐을까... 여러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