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남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모스크바가 눈폭풍과 살인적인 한파(寒波)로 신음하고 있다. 여객기와 화물선 등도 운항 중단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는 남유럽 지역이 한파의 공습을 받고 있다.
20년 만에 최악의 한파가 몰아닥친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공항이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고, 중부와 동남부 일부 지역은 심한 폭설로 각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시칠리아에서도 한파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그리스 북부 지역은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지난 주말 이탈리아와 체코에서 각각 8명과 3명이 추위로 사망했고, 폴란드에서는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55명이 동사(凍死)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을 떠도는 난민들도 한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마땅한 거처가 없는 데다 한파까지 닥쳐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선 아프가니스탄 등 난민들이 버려진 창고 등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지만, 불가리아 남동부 산지에서는 최근 이라크와 소말리아 난민 3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소한의 거처도 확보하지 못한 많은 이들이 한파에 떨고 있다. 독일 작센주(州)도 영하 31.4도까지 떨어졌다.
터키 국영 아나톨루 통신에 따르면 이스탄불도 강풍을 동반한 최대 적설량 1m20㎝의 눈폭탄을 맞아 국제공항이 폐쇄됐고,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화물·여객선 통행이 중단됐다.
미국도 살인적인 눈폭풍과 폭우로 교통이 마비되고 산사태와 정전이 속출하는 등 한파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는 폭풍을 동반한 폭우가 강타해 3명이 사망했고, 네바다주에서는 20년 만에 발생한 심각한 홍수로 도로가 침수되고 정전 사태가 잇따르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브라이언 샌도벌 네바다 주지사는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매사추세츠주 일부 지역도 눈폭풍의 공습으로 45㎝까지 눈이 쌓였고, 겨울에도 주로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25.4㎝의 강설량을 기록한 폭설과 강추위로 대부분의 초·중·고가 다음 주 초까지 휴교에 들어갔다. 그 밖에 뉴욕주에서 앨라배마주로 이어지는 도로도 폭설로 폐쇄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각지에서는 주민들이 앞으로의 한파에 대비해 물과 식료품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대부분 지역 매장에서 생필품 품귀(品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8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북동쪽 코스트로마주(州) 기온이 이날 오전 영하 41도까지 내려가 올 겨울들어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모스크바 인근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이 중단돼 주민 1만2000여 명이 추위에 떨었고 셰레메티예보 등 국제공항은 항공기 수십 편이 결항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제트기류 약화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트기류 약화로 북극 지방의 한랭기류인 '폴라 보텍스'가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것이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럿거스대 제니퍼 프랜시스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폴라 보텍스’의 찬 공기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 침투한 것으로 보이며, 온난화 가속화로 앞으로 이 기류는 더욱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과 남극 지방을 휘도는 소용돌이성 한랭기류로 최대 지름이 6000㎞에 달하며, 기온은 영하 50~60도에 이른다. 이 기류는 일반적으로 제트기류에 갇혀 극지방에 머물지만 제트기류가 약화될 경우 남쪽으로 강하할 수 있다.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