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2007년 5월, 영국의 한 경매장에서 바늘 여러 개가 1,100만 파운드(160억원)에 팔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바늘들이었다.
이 바늘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바늘구멍 안에 영국의 미세 조각가 윌라드 위건(Willard Wigan·50)의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을 꿰기도 힘든 바늘구멍에 어떤 작품이 조각돼 있었던 것일까?
놀랍게도 경매장에서 소개된 바늘의 구멍 안에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최후의 만찬>, <9 마리의 낙타> 등 다양한 작품들이 조각돼 있었다.
이 작품들은 그 크기가 약 0.005mm에 불과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오직 현미경을 통해 1000배 이상 확대해야만 볼 수 있었다.
확인 결과, 각 작품들은 각각의 동작, 옷의 색감, 머리카락의 질감, 심지어 얼굴 생김새 등까지 섬세하게 묘사돼 있어 더욱 놀라움을 주었다.

윌라드 위건은 어떻게 이런 미세한 크기의 조각을 하게 된 걸까?
윌라드는 어릴 적 ‘난독증’을 앓아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난독증이란 듣고 말하는 것은 이상이 없으나 선천적으로 잘 인지하지 못해 글을 쓰고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습장애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윌라드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외톨이였던 그는 늘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보고 걸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윌라드는 길에서 집을 잃고 헤매는 개미떼를 보게 되었고, 그들에게 집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는 끼니까지 거른 채 개미들을 위해 나무 조각을 접착체로 붙여 2cm 정도의 작은 오두막을 만들었다. 윌라드의 작품을 본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에 놀라워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의 응원에 힘입은 윌라드는 그 후 본격적으로 작은 물건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게 됐다.

처음에는 주로 작은 송곳으로 이쑤시개를 깎아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남자, 아기를 안고 있는 부부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작품들의 크기는 가로 2mm, 세로 5mm의 크기였다.
작품을 만들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은 윌라드는 쌀알이나 모래알 등 점점 더 작은 것에 조각을 하기 시작해 급기야 지름이 0.25mm인 바늘구멍 안에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후의 만찬>,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 등 바늘구멍 안에 만든 이 작품들은 인물 하나의 크기가 0.005mm였다.
특히 금가루로 만든 <모터 바이크는>는 0.003mm로 인체 혈액 세포 크기와 맞먹을 만큼 초미세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예술품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윌라드는 1999년 영국의 한 미술관에서 자신의 첫 전시회를 가졌다. 그의 작품들은 현미경을 통해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초소형 조각은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연필심이나 쌀알들을 이용해 만든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선보여 왔지만 확대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윌라드의 작품들은 현미경으로만 관찰이 가능할 정도로 미세했기 때문이었다.

윌라드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렵다”며, 어떻게 이렇게 미세한 작품을 만들었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윌라드의 모든 작품들은 현미경을 통해 만든 것이다.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만들어야 하다 보니 조각재료들도 매우 미세해야 했는데, 곰 인형의 털 몇 가닥이나 거미줄, 심지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재료로 이용했고 도구 역시 초소형이었다.
윌라드는 “작업을 위해 다이아몬드 끌 등 직접 제작한 초소형 도구들을 이용했으며, 작은 흔들림에도 작품이 망가지기 때문에 숨까지 조절하며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한층 놀라운 것은 이렇게 형태를 완성한 작품에 색을 칠할 때 붓으로 사용한 것은 죽은 파리의 털 한 가닥이었다.

윌라드는 하루 16시간씩 작업에 몰두했고, 작품 한 개를 완성하는 데는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세 달 이상이 걸렸다.
윌라드는 이 초소형 작품들로 2007년, 영국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대영제국 멤버 훈장까지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 과정에서 그가 난독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그에게 찬사와 경의를 아끼지 않았다.
그 후 영국의 로이즈 빌딩을 본 딴 <로이즈 빌딩>이라는 작품은 94,000 파운드(약 1억 4천만원)에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 70점이 영국의 사업가이자 스타인 데이비드 로이드에게 160억원이 넘는 거액에 판매되면서 윌라드 위건의 바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늘로 불리게 됐다. (자료: 온라인 커뮤니티)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