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틈만 나면 중국을 탓했던 한국의 스모그.
중국이 남의 나라 국방안보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길길이 경제보복에 나선 것도 모자라, 그쪽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숨 한 번 제대로 쉬기 어려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맑고 화창한 아침공기를 마셔본 게 언젠가 싶을 정도로 도심 곳곳은 뿌연 회색빛에 잠겨 있다.
중국에서 어느덧 일상이 돼버린 아침 일과는 눈을 뜨자마자 미세먼지 측정 앱으로 그날의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 같은 모습이 이젠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동안 중국 탓으로만 미뤄왔던 국내 대기질 오염도가 최근엔 중국보다 더 심할 때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제 공기질 모니터 앱인 ‘에어비주얼’은 서울의 공기질 지수가 183으로 186인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 2위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하루 평균 25㎍/m³의 7배가 넘는 농도다.
같은 날 중국 베이징의 공기질 지수는 162로 서울보다 낮았다. 한국의 미세먼지 발원지인 중국을 앞선 것이다. 미국의 한 환경보건단체의 조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 발표해온 ‘중국으로 인한 대기질 오염 피해’ 주장이 차츰 믿음을 잃고 있다. 국내의 대기오염 악화에 중국에서 날아드는 먼지가 일조한건 사실이겠지만, 그동안 담당 부처는 그것을 이유로 관련 정책이나 조치 등에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간단한 ‘수치 안내’와 ‘호흡기, 심혈관 질환이 있는 노약자나 어린이의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안일한 자세를 이어왔다.
세계 여러 환경단체의 조사 통계에서 확인되듯이 한국은 대기오염에서 안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적색등이 켜진 나라가 됐다. 더 이상 팔짱을 낀 채 중국만을 탓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70~50%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다. 여름철 고온현상이 해마다 더해지면서 전력 수급 불안정에 놀란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늘리려 하고 있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화력발전소 20기를 더 짓기로 했다. 부쩍 늘어난 디젤 차량도 도심의 대기오염 증가에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의 대기 악화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치열하게 달아오른 대선 판에서도 실질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중국과의 공조 강화’나 ‘미세먼지 기준 강화’ 등 추상적이고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는 시민들에게 더 이상 어떤 설득력도 신뢰도 전달하지 못한다.
학교 미세먼지 알리미 제도 도입, 한·중·일 환경협약 강화,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선진국 수준 경보시스템 도입, 전력 소비 감축 등의 용어가 얼마나 막연하고 비현실적 대안인지를 시민들도 이젠 알기에...
설마 했던,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악몽이 현실이 됐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편안히 숨쉬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병들대로 병든 한국의 대기와 그것을 마실 수밖에 없는 잿빛 현실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길 간절히 희망한다. (사진: 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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